지난 금요일 오후 8시에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Musica Sacra 소년합창단" 정기연주회에 초대받아 집에서 지하철로 출발해서 을지로입구역에서 내려 바쁜 걸음으로 출구 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계단 밑에서 책을 읽고 있는 한 노숙인 노인을 발견했다.

 그냥 그 노인을 지나쳐 계단에 발을 딛고 몇 발자국을 올라가다가 그 노인이 읽고 있는 책이 무슨 책이였을까? 하는 나의 궁금증이 결국은 다시 내 발걸음을 되돌려 노인에게 다가가게 했고 그 노인이 읽고 있던책을 드려다 보게 했다. 

 그 노인이 읽고 있던 것은 성경책이였다. 

 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이거다 싶으면 그야말로 시도 때도 없이 내 똒딱이 카메라를 꺼내서 스냅사진촬영하는 것이 거의 습관처럼 내 취미로 된지도 꽤나 오래됐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였지만 이 날 따라 무엇인가가 내 머리를 세계 후려치는 듯한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이 나를 감쌌다. 어떤 영감을 받았다면 지나친 말일까?

 어쨌든 간에 성경책을 읽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똒딱이에 한 컷 담은 후, 음악회에 늦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해 제 시간에 성당에는 도착했고 시간 반쯤 어린 소년 합창단 개구진 아이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감동을 받고, 집으로 가기 위해 왔던 왔던 길을 되돌아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다 혹시 그 노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해서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 노인이 있던 자리에는 대신 또 다른 노숙인이 있었다. 

 늦은 시간이였지만 집에 도착하고 나서 이날 찍었던 거리의 모습들을 USB메모리에 저장하면서, 아까 성경책을 읽고 있던 그 노인의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봤더니 그가 읽고 있었던 성경 말씀은 구약 시편(詩篇)  제 13편［ 다윗의 詩, 引導者를 따라 부르는 노래］, 제 14편, 제 15편과 제 16편이였다.

 제 13편을 아래에 적어 본다. 

"1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나를 영원히 잊으시니이까 주의 얼굴을 나에게서 어느 때까지 숨기시겠나이까 2 나의 영혼(靈魂)이 번민(煩悶)하고 종일(終日)토록 마음에 근심하기를 어느 때까지 하오며 내 원수(怨讐)가 나를 치며 자랑하기를 어느 때까지 하리이까 3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나를 생각하사 응답(應答)하시고 나의 눈을 밝히소서 두렵건대 내가 사망(死亡)의 잠을 잘까 하오며 4 두렵건대 나의 원수(怨讐)가 이르기를 내가 그를 이겼다 할까 하오며 내가 흔들릴 때에 나의 대적(對敵)들이 기뻐할까 하나이다 5 나는 오직 주(主)의 사랑을 의지(依支)하였사오니 나의 마음은 주(主)의 구원(救援)함을 기뻐하리이다 6 내가 여호와를 찬송(讚頌)하리니 이는 주(主)께서 내게 은덕(恩德)을 베푸심이로다."

 이 노인이 읽고 있었던 시편 중 '어느 때까지'라며 거의 주님을 원망하는 표현으로 본절과 2절에 모두 네 번이나 언급하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극심한 자기의 고통스런 현실을 보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잊어버리신 것으로까지 생각하고 저주만이 임한 자신을 탄식하는 가운데서도 주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탄식으로부터의 구원을 호소하는 자신의 기도에 응답해 달라라며 극한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찬송을 드리겠다는 제 13편 말씀이 바로 노인의 절박한 심정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감동으로 변해 내 가슴을 아주 세게 두드리며 흔들었다.

 
 
              ▲ 을지로 입구역 출구 쪽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만났던 노숙인 노인은 성경책을 읽고 있었다.



▲ 밑줄까지 쳐가면서 수없이 읽고 읽어 낡아진 성경책은 "오직 주님만이 나를 이 고통에서 구해 주시리라는 믿음"을 말해주고 있다. - 위의 사진을 확대해서 본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