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포도원 주인의 마음에서 배우다]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원 일꾼의 비유는 이렇게 시작한다.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주인과 같으니”(마 20:1)

천국이 집주인과 같다는 비유에서부터 뭔가 이해하기가 어렵게 느끼 진다. 한 포도원 주인이 있었다. 주인이 거리에 나가서 포도원에서 그날 일할 사람을 찾아 포도원으로 데려온다. 포도원에는 아침 6시부터 나와 일한 일꾼부터 9시, 12시, 3시에 나와 일한 일꾼까지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일꾼은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오후 5시 즈음에 와서 다른 일꾼들 보다 턱없이 적게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주인은 모든 일꾼에게 임금을 똑같이 주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 읽고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는가, 노력 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 나는 오랫동안 이 비유에 수긍할 수 없었다. 그런 곳이 천국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참 불 편했다. 정당한 대가를 부인하는 이 일은 자본주의 정신과 상치되기에 하루종일 일하고도 겨우 몇 시간 일한 사람과 동일한 임금을 받는 일꾼의 억울함이 나의 억울함처럼 공감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바로 내가 하나님 앞에서 아무 자격 없는 죄인임을 깨 달았다. 그러고 나서야 하루 종일 일한 자 역시 주인의 은혜가 아니면, 품삯은 물론 일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음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은혜 인데, 부족한 내가 또 비교를 통해 은혜를 불만으로 순식간에 바꾸어 버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내가 막판에 한 시간 일한 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

도 해본적이 없었다. 이 역시 나의 영적 교만함이었다. 

사실,  그때 내 마음은 마치 누가복음 15장의 돌아온 탕자 이야기 속 첫째 아들의 마음과도 같았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챙겨 집 을 떠나더니 당당하게 다 써버리고는 거지꼴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그런 텅자 같은 둘째 아들을 얼싸안고 춤을 추며 기뻐했다.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첫째 아들은 이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긴다. 아버지의 사랑이 가지 안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중요했기에 아버지에 대한 감사가 없었고, 비교의 덫에도 쉽게 빠졌다. 나는 지금도 내 마음에 첫째 아들의 마음이 스며들지는 않는지 틈틈이 점검하곤 한다.

그리고 포도원 주인, 곧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비유 속 포도원 은 포도를 상품화하며 이윤을 얻기 위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품꾼들에게 삯을 주기 위한 곳이다. 품꾼은 세상의 관점에서 보면 포도 생산의 수단일 뿐이지만, 하나님의 관점에서는 소중한 자녀요 내가 껴안고 사랑 으로 섬겨야 할 '친구'다. 즉 포도원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자녀 들을 불러 모으시는 곳이자 그들을 먹이고 입히시는 곳이다.

그렇다면 우리 일터 역시 하나님 아버지의 포도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주인의 마음을 헤아려 서로 섬겨야 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이 마음으로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다름 아닌 하나님이 가장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은 세상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사랑이다.

- 시카고 암 전문의 채영광 박사의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