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날은 진정한 문화융성 시대를 열고, 민본사상과 한글 창제 등 수많은 위업을 남긴 세종대왕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의 표본이라는 뜻을 담아 지난 1965년 청소년 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가 세종대왕의 탄신일에 맞춰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했습니다. 이어 1982년에는 5월 15일이 스승의 날로 법제화됐습니다.

모든 국민의 영원한 스승으로 남아있는 세종대왕을 만나고 싶을 때 광화문광장에 가면 충무공 이순신 동상과 함께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세종대왕의 금빛 동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한 세종대왕 동상 주변에는 혼천의, 측우기, 한글을 소개하는 비석 등이 있어 세종대왕이 남긴 위대한 문화, 예술, 과학 분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앞서 말했듯 5월 15일에 태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위대한 임금 세종대왕은 5월 15일에, 과연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궁금증이 생길 만합니다. 그 정답 또한 세종대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1392년 조선을 건국해 1394년 한양으로 천도하고 다음 해인 1395년 경복궁을 완공해 새 궁궐로 삼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있는 사람들조차 왕족인 세종대왕이 당연히 경복궁에서 태어났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세종실록에는 ‘조선 태조 6년(1397년) 정축년 5월 15일에 한양 북부 준수방 잠저에서 태조 이성계의 손자 ‘이도’가 이방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여기서 ‘한양 북부의 준수방’이란 지금의 서촌지역인 통인동, 옥인동 일대를 말합니다. 세종대왕은 경복궁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경복궁 밖 서쪽 지역에서 태어난 셈입니다.

따라서 세종대왕의 탄생지 탐방을 위해서는 서촌 지역을 찾아야 합니다. 서촌의 입구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다보면 오래지 않아 세종대왕이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리는 비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촌에 위치한 세종대왕 탄생지와 그 기념 비석.

세종대왕은 역사적으로 그 탄생조차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도성 수도 외의 지역에서 출생한 태조와 태종 임금과는 달리 수도인 서울(한양) 도성에서 출생한 조선 최초의 국왕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역사학자들이 이를 두고, 이제 막 국가의 면모를 갖춘 조선에서 경복궁이 있는 수도 한양이 태생인 세종대왕을 통해 비로소 안정된 왕조를 정립할 수 있었고, 어진 정치와 민본사상을 바탕으로 한 문화융성 시대를 열었던 세종대왕의 탄생에도 특별한 운명이 있었다는 역사·지리학적 의미에 대해 새삼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종대왕을 비롯해 백사 이항복, 송강 정철,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안평대군 등 뛰어난 문인과 화가들이 나거나 살았던 이 지역은 인왕산 자락을 벗삼아 활동하면서 조선시대의 예술과 문화를 꽃피웠던 문화의 고장입니다. 그러한 흐름은 근대까지도 이어져 시인 이상, 윤동주, 해공 신익희, 화가 이중섭, 박노수, 문인 이광수, 노천명 등 수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집터 역시 이곳에 있습니다.

서울시의회 및 종로구에서는 세종대왕 탄생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이를 기리기 위해 탄생지 주변 서촌 일대의 상가와 건물을 한글 간판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지역민들과 상인들도 한글 창제의 주인공인 세종대왕 탄생지가 있는 지역에서 한글 간판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후문입니다.

▶ 기사 출처 : "공감" 정책기자 박진혁(프리랜서) projh21@naver.com